푸른수목원&항동기찻길
걸어서 구로 속으로
쉼이 필요한 당신에게
햇살에 폭 파묻여 꽃내음에 취해 걷기 좋은 <푸른수목원&항동기찻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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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서남쪽 구로구의 끝자락에 위치한 <푸른수목원>.
수목원의 초입에는 시간이 멈춰진 듯한 기차 건널목이 있다. 그 건널목은 마치 영화 속 시공간을 초월하는 무엇과 같은 기분이다. 기차가 주는 이미지 때문일까, 기찻길을 건너기 전에 괜히 걸음을 멈추고 좌우를 살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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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그 위로 올라 둘러보니 길게 뻗은 기찻길이 그저 평온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 평온함에 방금 전 주춤거리며 느낀 불안이 괜히 머쓱해진다. 기찻길을 지나 30보정도만 걸어가면 <푸른수목원> 입구가 보인다.
바람에 실려온 꽃내음 푸른수목원
영화 속 시공간을 초월하는 기분은 수목원 입구를 통과하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눈 앞에 펼쳐지는 저수지와 정원 그리고 숲. 가만히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바람에 실려온 꽃내음이 우리를 반겨준다.
바람에 흩날리는 갈대 소리와 함께 사시사철 높고 푸르른 나무들, 계절마다 옷을 갈아 입으며 정원을 수놓는 꽃들 그리고 연잎이 만개한 저수지 위를 거니는 오리들. 3만평에 이르는 규모에 2,100여종의 다양한 식물이 자리잡고 있는 ‘생태의 섬’ <푸른수목원>은 사이사이로 나있는 작고 예쁜 길들을 통해 25개의 테마로 구성된 수목원의 구석구석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멈춰버린 시공간 항동기찻길
한 길은 초입에서 보았던 <항동기찻길> 로 이어진다.
이 기찻길은 1954년 비료회사가 운반을 위해 설치한 단선철도인데 그 운행을 멈춘 지금은 걷기 좋은 곳으로 유명한 명소이다.
또한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곳으로도 유명해서 길 곳곳에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웃는 가족과 연인들의 모습도 꽤 자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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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서 부모님의 손을 잡고 외줄타기하듯 비틀비틀 선로 위를 걷는 아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 화목함에 괜히 아이의 완주를 응원하는 마음이 든다.
철로 위로 올라서면 기찻길을 걷는 경험이 흔치 않았으니 처음에는 그 낯설음에 걸음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곧 길게 뻗은 <항동기찻길>의 고즈넉함에 젖어 철길과 돌길을 번갈아 밟으며 그 질감을 즐기며 걷게 된다. 구로구가 서울의 서남쪽에 위치해서인지 점점 기우는 노을과 그 노을이 비추는 철길을 보고 있으면 멈춰버린 시공간에 서있는 기분이다.
<푸른수목원> 과 >항동기찻길>을 걷노라면 일상 속 그 어떤 고민의 무게들도 가볍게 느껴진다. 실타래처럼 엮여있는 많은 생각들이 서서히 풀림을 느낀다. 여가를 보내는 가족들, 손잡고 걷는 연인들, 홀로 음악을 들으며 걷는 누군가. 이 곳에 온 사연은 모두 다르겠으나 이 곳을 걸으며 느끼는 평온은 모두 같을 것이다. 이 걸음만큼 우리가 얻고자하는 무엇에 가까워진다.